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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신재생 열에너지 보급 정책 분석 및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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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2.11 09:48:37
  • 조회수 77

남유진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태양광 패널이 덮인 지붕과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거대한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우리 일상 에너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열(Heat)에너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50%는 열에너지이며, 그 중 75% 이상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본 원고에서는 주요 선진국의 재생열 정책 유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형 재생열 보급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언하고자 한다. 이것은 건물 부문의 운용 탄소 저감 대책 중 하나로 신축 건물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건물 부문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 대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1. 왜 지금 ‘재생열’인가: 탄소중립의 사각지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건물 부문은 핵심적인 감축 대상이다.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약 26%가 건물 운영에서 발생하며, 그 절반 가까이가 난방과 급탕, 즉 ‘열’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다.


문제는 속도다. 전력 부문이 2045년 완전 탈탄소화를 목표로 빠르게 질주하는 반면, 열 부문은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I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가능 열 소비가 늘고는 있지만, 증가하는 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화석연료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화석연료 보일러를 퇴출하고 히트펌프를 보급하는 등 ‘정책적 개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열 부문의 구조적 전환 없이는 에너지 안보도, 탄소중립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2. 재생가능 열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유형 분류


2.1 열 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국가별 전략
그동안 열에너지 시스템은 전력이나 수송 부문에 비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으나, 최근 기후 및 에너지 안보 위기가 심화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EU는 ‘Fit for 55’와 ‘REPowerEU’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히트펌프 누적 3,0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개정된 재생에너지 지침(RED III)은 회원국들에게 냉난방 부문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매년 1.1%포인트 이상 늘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국 역시 버몬트주 등을 중심으로 ‘청정 열 표준(Clean Heat Standard)’을 도입하며 난방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핵심 아젠다로 격상시켰다. 바야흐로 열 부문의 탈탄소화는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


2.2 제도적 접근 방식 분류: 규제 기반, 보조 기반, 혼합형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인프라와 시장 성숙도, 재정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정책 도구’를 배합하여 사용한다. 최신 8개국의 사례를 분석하여, 그 접근 방식을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① 규제 기반: “법적 강제성을 통한 시장 구조 개편” 법령에 근거하여 특정 에너지원의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화석연료 설비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이행 수단이다.
아일랜드: 에너지 공급망 자체를 타깃으로 삼았다. 대규모 열 공급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열 공급을 법적으로 부과하는 ‘재생열의무제(RHO)’를 도입하여 공급 단계의 탈탄소화를 강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재생가능열에너지법(EWG)’을 통해 신축 건물의 화석연료 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2035년까지 기존 설비까지 전면 퇴출하는 단계적 로드맵(Phase-out)을 법제화했다.
미국(버몬트주): 규제에 유연성을 더했다. ‘청정 열 표준(CHS)’을 통해 열 공급자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인 '크레딧(Credit)'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여, 규제 이행 비용을 최적화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② 보조 기반: “재정적 인센티브를 활용한 자발적 전환 유도”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재생열 설비의 가격 경쟁력을 정부 재정으로 보완하여, 시장 참여자의 자발적인 기술 채택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영국: 지원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했다. ‘보일러 업그레이드 제도(BUS)’를 통해 히트펌프 교체 시 최대 7,500파운드(약 1,300만 원)를 일시불(Lump-sum)로 지급하여 소비자의 초기 진입 장벽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일본: 시장 원리를 활용한 간접 지원책이다. ‘탑 러너(Top Runner)’ 프로그램을 통해 기기별 최고 효율 목표를 설정하고, 기준 미달 제품의 자연스러운 도태를 유도하여 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이뤘다.


③ 혼합형: “규제와 지원의 상호보완적 결합” 규제의 강제성이 갖는 경직성을 재정 지원이나 유연한 이행 메커니즘으로 완화하여, 정책의 실효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고도화된 전략이다.
독일: ‘건물에너지법(GEG)’으로 신축 건물의 재생에너지 65% 사용을 의무화하되, 지역난방 연결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기술적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여 규제 순응도를 높였다.
스웨덴: 가격 신호(Price Signal)가 핵심 기제다. 세계 최고 수준인 탄소세(톤당 약 122유로)를 부과해 화석연료의 경제성을 낮추는 동시에, 저탄소 기술 보조금을 병행하여 시장 경제 원리에 따른 연료 전환을 유도했다.
중국: ‘재생에너지법’으로 국가 차원의 보급 의무를 명시하되, 실질적인 설치 보조금은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지역 특성에 맞게 집행하도록 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채택했다.

 

 

3. 국내 적용 가능성 평가 및 정책적 제언
한국은 고밀도 아파트 주거 문화와 지역난방 중심의 인프라, 그리고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독특한 환경이다. 해외 사례를 무조건 도입하기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정책 믹스’가 필요하다. 이에 본 원고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대규모 열 공급자 대상 ‘재생열 공급 의무화(RHO)’ 도입이다. 한국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열 공급의 큰 축을 담당한다. 연간 2,000 TJ 이상을 공급하는 대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재생열 공급 비율을 단계적으로 의무화(초기 15% → 2035년 30%)해야 한다. 미활용 열에너지(수열, 지열, 산업폐열) 등을 적극 활용하게 하고, 이를 ‘청정 열 크레딧’으로 인정해 준다면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확실한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 성능 기반의 ‘스마트 보조금’ 개편이다. 영국의 사례처럼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노후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할 경우, 성능 기준(COP 3.0 이상)을 충족한 인증 제품에 대해 설치비의 50% 수준(약 800만 원)을 지원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초기 시장 창출과 기술 신뢰도 확보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매년 100만 가구의 도시가스 난방을 히트펌프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때, 2040년까지 연평균 약 3.5 MtCO₂-eq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재생열 정책은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전력에 편중된 시각을 열에너지로 확장하고, 규제의 ‘채찍’과 보조금이라는 ‘당근’이 조화된 정책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탄소중립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참고자료

1. 국제에너지기구(IEA), Renewables 2019: Market analysis and forecast from 2019 to 2024 – Heat (2019)
2. 국제에너지기구(IEA), Tracking Report on Buildings (2022)
3. 국제에너지기구(IEA), Renewables 2023: Analysis and forecasts to 2028 – Heat (2024)
4. 국제에너지기구(IEA), District Heating – Energy System – Buildings (2023)
5. 국제에너지기구(IEA), Electricity – Energy System (2025)
6. 국제에너지기구(IEA), Renewable Heat Policies: Delivering clean heat solutions for the energy transition (2018)
7. European Commission, ‘Fit for 55’: delivering the EU’s 2030 Climate Target (2021)
8. 유로파운드(Eurofound), Decarbonisation of residential heating and cooling: The heat pump challenge (2024)
9. 국제에너지기구(IEA), Renewables 2022: Analysis and forecasts to 2027 – Renewable heat (2022)
10. LCP Delta & ClimateXChange, International Heat and Energy Efficiency Policy Review (2023)
11.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Decarbonized District Energy Systems: A Review (2024)
12. 영국 에너지연구센터(UKERC), The Future of District Heating and Cooling Networks (2023)
13.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REPowerEU Plan (2022)
14. 유럽의회 및 이사회(European Parliament and Council), Directive (EU) 2023/2413 (RED III) (2023)
15. 스웨덴 재무부(Ministry of Finance), Carbon Taxation in Sweden (2023)
16. 한국에너지공단,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 운영현황 (2024)
17. 조일현·이성재(에너지경제연구원), 주택부문 신재생에너지 보급 추이 및 설치 가구 특성 분석 (에너지포커스) (2020)
18. 채수원, 전새봄, 정상헌, 유영동, 남유진(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 국가별 재생열 정책 비교를 통한 국내 보급 정책 제언(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