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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숨겨진 에너지 광맥을 깨우다 : AI기반 소규모 분산형 복합 수열에너지 회수 시스템 개발

  • 기자
  • 등록 2026.02.11 09:46:31
  • 조회수 85

김민성 ㈜썬앤라이트 대표이사

 

1. 탄소중립 시대, 도심형 에너지의 새로운 해법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생존의 문제다.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 그중에서도 냉난방 및 급탕 에너지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자 동시에 가장 큰 감축 잠재력을 가진 영역이다.


그러나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는 ‘에너지의 역설’에 빠져 있다. 에너지 수요는 폭발적인데 반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전통적인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가용 부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도심 내 건물에 안정적인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바로 우리 발밑을 흐르는 ‘물’에 있다. 하수, 폐수, 유출지하수 등 도심 곳곳에 존재하는 미활용 수열에너지는 거대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AI기반 소규모 분산형 복합 수열에너지 회수 시스템 개발(연구개발과제번호 RS-2025-02214066)’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기존 대규모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도심형 소규모 에너지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2. 패러다임의 전환 : 대규모 중앙집중에서 소규모 분산형으로
지금까지 국내 수열에너지 활용은 주로 롯데월드타워나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와 같이 풍부한 수량의 광역상수도 댐 용수를 활용하는 대규모 중앙집중형 방식에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방식은 확실한 효과를 보장하지만, 거대한 배관 인프라 투자와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일반적인 도심지 기축 건물이나 중소규모 건물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분산형’과 ‘복합 열원’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했다. 도심 내 건물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하수, 세탁 폐수, 지하철이나 건물 지하에서 버려지는 유출지하수 등을 그 자리에서 즉시 열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열원과 수요처 간의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여 열 운송비용과 손실을 줄이고,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전략이다. 특히, 단일 열원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종(異種)의 열원을 결합하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 기술은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에서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3. 데이터가 곧 자원이다 : 수열원 DB구축과 GIS 시각화
수열에너지 활용의 첫걸음은 ‘어디에, 어떤 열원이, 얼마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본 연구팀은 1차년도 연구를 통해 하수, 폐수, 유출지하수 등 다양한 수열원의 물리·화학적 특성(수온, 유량, pH, SS 등)을 조사하여 표준화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였다. 또한, 국내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물 용도 및 규모별 약 116건 이상의 수자원량 로우 데이터(Raw Data)를 분석함으로써, 건물 내 잠재적 하수열원의 실질적 분포 현황을 체계화하였다.  


분석 결과, 서울시의 총 잠재 에너지 생산량은 연간 약 2,285천 TOE 수준으로 평가되었으며, 이 중 하수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 하수처리수는 연중 12℃~25℃의 안정적인 수온을 유지하며, 변동 계수(CV)가 10% 미만으로 나타나 히트펌프의 안정적 운영에 매우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데이터를 단순히 숫자로만 두지 않고 Q-GIS(오픈소스 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하여 시각화하였다. 건물 공간 정보 위에 수열원의 위치, 유량, 온도 등의 속성 정보를 매핑(Mapping)하여, 지도상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해당 건물의 수열 잠재량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Proto Type)을 개발하였다. 이는 향후 정책 입안자나 건물주가 수열 시스템 도입 타당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강력한 의사결정 도구가 될 것이다.

 

4. 실증 :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의 도전
이론과 데이터만으로는 기술을 완성할 수 없다. 본 연구는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을 실증 테스트베드로 선정하여 실제적인 기술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호텔은 연중 온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고온의 세탁 폐수 및 1,500여개의 객실에서 발생하는 하수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유출지하수라는 훌륭한 미활용 열원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기존에 버려지던 이 열원들을 회수하여 급탕 및 냉난방 에너지로 재탄생시키는 시스템을 설계하였다.


실증 시스템의 핵심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복합 수열 패키지 시스템이다. 세탁 폐수(고온)와 하수(안정적 유량)를 열원으로 하는 60RT급 히트펌프 시스템을 구축하여 냉난방 및 급탕 부하를 담당한다. 세탁 폐수의 경우 수질 악화에 대비하여 일반 하수 수준으로 처리한 후 상대적으로 유지관리가 용이한 쉘앤튜브(Shell & Tube) 열교환기를 활용하는 간접 방식을 적용하고, 일반 하수는 수처리 후 중수도 수질 수준의 하수처리수로 1차 열교환을 생략한 직접 히트펌프시스템을 활용한 직접 방식으로 시스템을 계획하였다.


둘째, 유출지하수 재이용 시스템이다. 지하 집수정에서 버려지던 유출지하수(약 100RT 잠재량)를 냉난방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추가로 계획하였다. 유출지하수는 연중 12~17℃로 수온이 일정하여 냉난방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이를 활용하면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하수도 사용료 감면 혜택(재이용 시 50% 감면)까지 얻을 수 있어 경제성이 극대화된다.

 

 

5. AI와 수처리 기술 : 시스템의 두뇌와 면역체계
소규모 분산형 시스템의 성공 열쇠는 ‘운영 최적화’와 ‘유지관리’에 있다. 수열원은 기상 조건과 건물의 물 사용 패턴에 따라 유량과 온도가 시시각각 변한다. 따라서 단순한 On/Off 제어 방식으로는 시스템의 최적 효율을 보장하기 어렵다. 
본 연구에서는 116개 유사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열 수요 예측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향후 실증지에서 수집되는 실시간 데이터(IoT 센서 연동)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반의 AI 모델에 학습시켜, 에너지 요금, 외기 온도, 부하 변동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 믹스(수열+지열+기존열원)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할 예정이다.


또한, 하수와 폐수를 열원으로 사용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열교환기 내부에 쌓이는 스케일(Scale)과 파울링(Fouling) 문제다. 이는 열전달 효율을 떨어뜨리고 시스템 고장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실증지의 수질을 정밀 분석하고 LSI(Langelier Saturation Index) 등의 지수를 산출하여 스케일 형성 가능성을 평가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물리적 여과, 이온교환, 전기응집 등 다단계 수처리 공정을 설계하여, 열교환기를 보호하고 장기간 고효율 운전이 가능한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도심 속의 유전(油田)은 바로 하수, 폐수와 유출지하수다.” 본 연구 과제인 ‘AI기반 소규모 분산형 복합 수열에너지 회수 시스템’은 단순한 에너지절약 기술을 넘어,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탄소중립 도시를 실현하는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다.

 

6. 에너지 절감 효과 및 결론
에너지 분석 결과, 제안된 복합 수열 시스템(하수+폐수+유출지하수) 도입 시 기존 시스템 대비 에너지 소비량과 비용 측면에서 획기적인 절감 효과가 예측되었다. 이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지표이다.

 

 

1차년도 연구를 통해 우리는 도심 내 미활용 열원의 풍부한 잠재력을 확인했고, 이를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하드웨어(패키지 시스템)와 소프트웨어(AI 및 GIS)의 기틀을 마련했다.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의 실증은 이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연구 기간 동안 실증 운영을 통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AI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여 ‘한국형 건물 에너지 솔루션’의 표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고자료

1. AI기반 소규모 분산형 복합 수열에너지 회수 시스템 개발 연차보고서
2. AI기반 소규모 분산형 복합 수열에너지 회수 시스템 개발 연차보고서 점검 발표자료
3.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24). 수열에너지 활용 및 에너지 믹스 기술개발(기획보고서)
4. 환경수. (2024). 수열에너지 활용 통합설계 플랫폼 구축 기술개발(최종보고서)
5. K-water. (2020). 수열에너지 잠재량 분석 및 적지 조사. (2020-RE-RR-20-1038)
6. K-water. (2014). 수열에너지시스템의 에너지 절감기술 개발(1차년도). (KIWE-WFRC-14-01)
7. 제로에너지도시 및 제로에너지주택 실현을 위한 수열에너지 적용 방안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