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산업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적 규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을 통한 근본적인 혁신이 시급하다. 본 글에서 제시하는 AX의 핵심은 건축물의 설계, 조달, 시공, 운영이라는 생애주기가 “데이터”라는 혈관으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지능형 생태계(OS,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심에는 공통 데이터 환경(Common Data Environment, 이하 CDE)와 함께 온톨로지(Ontology) 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여기서는 건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실무적으로 직면한 탄소중립 과제를 AX를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 실행 경로를 CDE, DPP 그리고 PLM을 통해서 제안해보고자 한다.
1. 탄소중립과 2030 NDC: 건물 분야의 정책적 이정표
대한민국 정부는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8년 BAU대비 40%이상 감축할 것을 법제화하였다. 이후 지난 4년간의 감축활동을 돌아보며, 2035년까지의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18년 대비 53~61%, ’24년대비 44.5%~47.7%)하는 것으로 UN에 공식 제출(’25년 말)하였다. 건물 부문은 제로에너지건축과 그린리모델링 확산, 열 공급의 전기화를 통해 ’18년(’24년) 대비 △53.6%(44.5%)~△56.2%(47.7%) 감축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높은 감축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건설 프로젝트의 생애주기 관점(PLM)에서 통합적인 감축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객관화하고 증명(DPP)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CDE)이 구축되어야 한다.
2. AX의 중심인 공통 데이터 환경(CDE)
AX를 통해 인공지능이 탄소 배출량을 예측하고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단계의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단일 소스(Single Source of Truth)에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2.1 ISO 19650과 디지털 협업 체계의 정립
CDE는 단순한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라 IT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워크플로우'이다. 국제 표준인 ISO 19650은 건축 자산의 전체 수명주기 동안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협업 프로세스를 정의한다. CDE를 구현함으로써 프로젝트 팀은 부적절한 정보 관리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2.2 CDE 기반 AX의 실무적 필요성
국내 건설 환경은 파편화된 주체들이 각자의 시스템에서 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손실이 빈번하다. AX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CDE 내에서 데이터가 '정보 컨테이너(Information Container)' 단위로 고유 ID와 메타데이터를 가지고 관리되어야 한다. 파일 내용이 바뀌어도 ID가 유지되어야만 데이터 간의 관계를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고, 전생애주기 탄소 회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보안과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클라우드 기반 CDE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3. 자재 생산 단계의 AX: 디지털 제품여권(DPP)과 공급망 관리(SCM)
건축물의 전과정 탄소배출량(Life Cycle Carbon) 중 시공 단계 이전에 발생하는 '내재 탄소(Embodied Carbon)'는 자재 생산 단계에서 결정된다. 자재 생산 부문의 AX 핵심은 디지털 제품여권(DPP)을 통한 투명한 정보 유통이다.
3.1 EU 디지털 제품여권(DPP)의 등장과 파급력
유럽연합(EU)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모든 물리적 제품에 DPP 도입을 발표했다. 이는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공유함으로써 순환 경제를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건축 자재는 탄소 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되어, 2028년에서 2030년 사이 별도의 위임 법령을 통해 DPP 도입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① 데이터 범위: 탄소 발자국, 원재료 성분, 재활용률, 수리 가능성 등 전 과정 지속가능성 정보 기록
② 기술 표준: QR 코드, RFID 등 데이터 캐리어를 통해 실물 자재와 디지털 정보를 연동하며, 오픈 표준 기반의 상호운용성 확보 필수
③ 시장 접근성: DPP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재는 향후 EU 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규제로 작용할 것
3.2 자재 제조 및 조달 단계의 DPP 실행
자재 제조사는 DPP 도입을 위해 기존의 인증서, 성적서 관리를 넘어, 업스트림(원료 공급)과 다운스트림(폐기) 전체의 리스크를 분석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다음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① 탄소 정보 수집 시스템: 원자재 원천과 재활용률, 제조 공정상의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② PLM(프로젝트 생애주기 관리) 연계: 생산되는 자재의 데이터를 PLM 시스템에 저장하고, 이를 건축사의 CDE와 연동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마련한다.
③ 저탄소 인증 확보: GR 인증(우수재활용제품) 등 탄소 저감 효과가 입증된 자재 적용을 확대하고, 이를 DPP 데이터로 증명한다.
실제로 저탄소 건축 자재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공동주택은 약 10.09%, 업무용 건축물은 약 7.07%의 전과정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자재 생산 단계의 DPP 도입은 AX의 출발점이자 가장 즉각적인 감축 수단이다.
4. 설계 단계의 AX: BIM과 pre-CON
건축물의 탄소 중립 성패는 설계 단계에서 80% 이상 결정된다. 이 단계의 AX는 빌딩 정보 모델링(BIM)을 단순한 3D 도면으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탄소 배출 시뮬레이션을 위한 데이터 모델로 활용할 수 있는 '프리콘(Pre-con)'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프리콘 단계에서는 발주자의 요구사항과 정부 정책을 분석하여 설계 지침에 반영한다. AX 환경에서는 인공지능이 수천 개의 설계 대안을 생성하고 각각의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최적안을 제시할 수 있다.
설계 단계의 AX를 위해서는 BIM 데이터가 반드시 CDE 내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4D BIM(시간 정보 포함)을 활용하면 시공 순서를 시각화하여 리스크와 비용 초과를 방지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여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또한 VR(가상현실) 체험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설계 변경으로 인한 탄소 배출 증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국내 연구단이 개발한 AIBIM(https://aibim.kr/)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건축가는 건물의 외관 디자인이 일조량과 그로 인한 에너지 사용량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넷제로(Net Zero)' 건물 설계 가이드를 도출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5. 시공 단계의 AX: 탄소 회계와 PLM
시공 단계는 설계된 탄소 저감 전략이 물리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이다. 이 단계의 AX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프로젝트 생애주기 관리(PLM) 관점에서 기록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시공사는 자재 입고부터 장비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야 한다.
① 이력 추적: 현장에 반입되는 모든 자재의 QR 코드를 스캔하여 DPP 정보를 CDE에 등록한다. 이는 설계 단계의 예측 탄소와 실제 시공 탄소 간의 격차(Performance Gap)를 분석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② 스마트 시공 공법: 라이다와 3D 카메라를 사용해 건설 현장을 검측하고, 설계 BIM 모델과 비교하여, 재작업률을 낮추고, BEM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에너지뿐 아니라, 철근, 거푸집, 동바리 등을 검측하며 감리의 역할을 AI가 보조한다. 리얼월드와 가상의 3D 모델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OpenUSD와 같은 표준화된 모델링 규칙을 잘 준수해야한다.
③ 탄소 회계 시스템: 시공 단계에서 소비되는 유류, 전력량 정보를 BIM 모델에 동기화하여 '동적 탄소 배출 지도'를 생성한다.
시공 중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는 CDE를 통해 PLM 시스템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이는 건축물이 준공된 이후에도 각 부품과 자재가 어떤 상태로 설치되었는지, 예상 잔존 수명은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As-Built' 데이터는 운영 단계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며, 향후 건물의 해체 및 재활용 단계에서 순환 경제를 구현하는 밑거름이 된다.
6. 운영 단계의 AX: 디지털 트윈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운영 단계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운영 단계의 AX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통해 건물을 '살아있는 데이터 자산'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디지털 트윈은 건축 계획, 엔지니어링 도면, 장비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 IoT 센서 데이터와 결합한다. 이를 통해 운영자는 경험이 아닌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① 능동적 유지보수: HVAC(공조 시스템)와 같은 주요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가상 모델을 통해 징후를 감지하고 수리함으로써 에너지 효율 저하를 방지한다.
② 실시간 최적화: 암스테르담의 'The Edge' 빌딩 사례와 같이, 23,000개의 센서를 통해 재실자의 동선과 공간 이용 패턴을 분석하여 냉난방 및 조명을 구역별로 자동 제어한다.
③ 재난 및 환기 시뮬레이션: CFD(전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여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환기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운영 단계의 실측 데이터는 다시 CDE로 환류되어 전과정 평가(LCA)의 정확도를 높이고 검증한다. AX 환경에서는 LCA가 프로젝트 종료 후 수행되는 '보고용' 평가가 아니라, 운영 중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관리용' 도구가 되어야 한다.
- 데이터 피드백: 실제 운영에서 수집된 에너지 소비 데이터는 다음 설계 프로젝트의 표준 베이스라인(Baseline)을 업데이트하는 데 사용된다.
- 전생애주기 탄소 관리: 운영 중 축적된 데이터와 시공 단계의 내재 탄소 데이터를 합산하여, 건축물의 진정한 탄소 중립 기여도를 평가한다.
7. 이해관계자별 실무 가이드라인: 건축물 생애주기 관점
AX를 통한 탄소 중립은 특정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생애주기의 이해관계자들이 CDE를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7.1 발주처(Owner) 또는 자산 관리자
프로젝트 발주자는 '지정 당사자'로서 정보 요구사항(OIR/AIR)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① 정보 의무화: 입찰 시 ISO 19650 기반의 CDE 운영과 저탄소 BIM 모델 납품 의무화
② 데이터 주권 확보: 준공 후 데이터가 특정 시공사나 설계사에 종속되지 않도록 운영 단계의 디지털 트윈 소유권 확인
③ 금융 및 세제 인센티브 활용: 녹색건축물 조성을 통해 용적률 완화, 취등록세 감면이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금융 지원 활용
7.2 설계자 및 엔지니어
설계자는 AX의 기획자로서 데이터의 초기 정합성을 책임진다.
① 탄소 기반 설계: Sefaira, Autodesk Insight 같은 툴을 활용한 지능형 설계, OpenUSD 표준에 따른 BIM 모델링 준수
② 협업 프로세스 준수: CDE의 WIP-Shared 워크플로우 준수. 설계 변경 및 대안 비교 최적화
7.3 시공사 및 자재 공급사
시공사는 데이터를 물리적 실체와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① DPP 기반 조달: 자재 선정 시 탄소 배출 정보가 포함된 DPP 요구, BIM 속성 정보로 자동 연계
② 현장 디지털화: 모바일 기기로 CDE에 현장을 기록하여 정보 누락 방지
8. 결론: AX를 통한 탄소중립 가속화
건물 분야의 탄소 중립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2035 NDC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건축물의 계획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로 연결되는 AX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본 글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CDE를 AX의 목적이자 축으로 삼고, 자재 생산(DPP), 계획(BIM/Pre-con), 시공(PLM 연동), 운영(Digital Twin)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ISO 19650과 같은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협업 체계, OpenUSD와 같은 데이터 표준을 준수하고, 디지털 트윈 검증을 통해 VCM, CCM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AX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건설 산업을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데이터 및 지식 집약적 산업'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실무자들은 이제 각자의 단계에서 생산하는 데이터가 건설 프로젝트 생애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고, CDE라는 공통의 공간에서 협업을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는 이미 쌓이고 있으며, 이를 인공지능 전환의 동력으로 삼는 조직만이 기후 위기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출처>
1. ‘35년까지 18년 대비 온실가스 53%~61% 감축’,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 2025.11
2.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 국토교통부, 2021.12
3. ISO19650 구현을 통한 프로젝트 정보관리, AUTODESK, 2018.11
4. 스마트 건설 설계를 위한 19650기반 정보관리 절차와 CDE 협업플랫폼 개발, 도로교통 제172호, 2023
5. EU 디지털 제품 여권(DPP) 추진 현황 및 시사점, 박가현,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2024.01
6. 탄소저감형 건설자재를 활용한 건축물 전과정평가 필요성과 사례소개, 김낙현, GREENZINE, 2025.11
7. 스마트 EPC의 핵심, BIM 기반 디지털 트윈, 전현경, 삼성SDS, 202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