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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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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11.12 10:54:14
  • 조회수 2

김수민 연세대학교 교수

연세대학교 건축환경재료연구실은 친환경 건축자재와 에너지 절감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중립형 목조건축의 실질적 전환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료·소재→자재→실증으로 이어지는 다층 체계를 갖추고, CLT(Cross-Laminated Timber) 및 하이브리드 목구조를 대상으로 에너지 설계, 전과정 탄소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기후/용도별 외피 성능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변화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 및 탄소 기반 소재인 바이오차 등을 활용한 고효율 단열·축열 기술, 목구조의 열·수분 거동 안전성 및 난연성 향상, 그린리모델링 기반 에너지 리트로핏을 실험–모델링–현장 검증으로 통합한다.

 

아울러 실내공기질(IAQ)과 미세먼지/미세플라스틱 저감, 시지각적 인체온열감 분석, AI 기반 에너지 생산·절감형 자재 응용기술을 통해 재실자 중심의 성능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SCI(E) 논문 311편 이상과 특허 10건 이상의 성과를 축적했으며, 산·학·연 협업으로 국내 지역 기후에 맞는 설계 지침과 표준화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실의 이러한 통합 연구는 실험실의 성과를 넘어, 도시 차원의 탄소중립 전환과 직결된다. 국제적으로 파리협정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명시하고, 각국이 5년마다 상향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2023년부터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 시작되어 감축 이행의 격차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건물 부문에는 운영 단계의 에너지는 물론 자재의 생산·시공·해체까지 포함하는 전과정(LCA) 관점이 사실상의 기본 언어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설계 초기부터 탄소예산을 관리하고, 외피·설비·환기 전략을 함께 최적화하며, 실증 데이터를 통해 안전과 쾌적성을 검증하는 체계가 요구된다.


국내에서도 2050 탄소중립이 국가 전략으로 채택되었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총배출량 40% 감축이라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이 중 건물 부문은 52.1→35 MtCO2e, 즉 32.8% 감축이 과제로 부여되며, 핵심 수단은 재생에너지 전환, 고효율 건축, 친환경 소재 적용이다. 신축은 고단열·고기밀과 재생에너지 통합을 전제로 ZEB(Zero Energy Building)을 기본값으로 확대(‘22년 2,950건 → ’30년 47,000건 목표)하고, 기축은 단열·창호·열교 개선과 고효율 설비, 실내공기질 향상, 저탄소 자재 적용을 통한 그린리모델링으로 성능을 끌어올린다. 이러한 로드맵을 현장에 실현하려면 연구실이 축적한 LCA 기반 자재 선택, 기후·용도별 외피 성능 최적화, IAQ·재실자 쾌적성 검증 등 실험–모델링–현장검증의 근거가 설계 기준과 표준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덜 쓰고, 덜 배출하며, 더 오래 저장하는” 목조건축이 한국형 탄소중립의 속도를 결정한다. 다만 현 정책의 무게중심이 여전히 운영 단계 효율에 치우쳐 있고, 건축자재 생산과 시공 등 생산 단계(내재탄소)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목조건축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Mass timber는 중고층 건축에도 구조 부재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강도와 안정성을 확보한 공학목재(Engineered Wood)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러 층의 목재 판재를 교차 혹은 접착해 제작하는 방식으로, CLT, Glulam(Glued-Laminated Timber), NLT/DLT(Nail-/Dowel-Laminated Timber)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벽체, 바닥, 기둥 등 주요 구조부를 구성할 수 있으며, 철근콘크리트 대비 자중이 가벼워 시공 효율성이 높고, 동일 강도 기준에서 약 30~50% 수준의 탄소 배출 저감이 가능하다.


이제 목조건축은 전통의 영역을 넘어, 도시의 구조를 지탱하는 첨단 건축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Mass timber는 목재의 탄성률과 압축강도를 최적화해 구조적 성능을 높였으며, 화재 및 습기 등 내구성 한계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화재 시 표면에 형성되는 탄화층이 내부를 보호해 구조적 안전성을 유지하고, 방습층 및 통기층 설계를 통해 장기 내구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목재가 더 이상 전통적 건축재료가 아닌, 중·고층 도시건축을 지탱할 수 있는 대체 구조체로 자리 잡게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전 세계에서 활발히 실증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Mjøstårnet(18층, 2019), 캐나다의 Brock Commons(18층, 2017)과 The Hive(10층, 2025 준공 예정), 미국의 Ascent MKE(25층, 2022) 등 하이브리드 목조건축물이 잇따라 완공되며, 목재가 콘크리트와 철강을 대체할 수 있는 구조 재료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목조건축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탄소 저장 및 고정 능력이다. 목재는 생장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내부에 저장하고, 건축자재로 사용되는 동안 이를 수십 년간 고정한다. 일반적으로 1 m³의 콘크리트는 약 200–300 kgCO₂를 배출하지만, 동일 부피의 목재는 약 –800 kgCO₂를 저장하여 건축 단계부터 ‘탄소저감형 구조체’로 작용한다(RICS 2017; ISO 14067 기준). 또한 낮은 열전도율(0.13–0.16 W/m·K)을 지닌 목자재는 실내 열 환경을 안정화시키고 냉·난방 에너지 수요를 줄이며, 심리적·시각적 쾌적성까지 제공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목재는 약하다”, “화재에 취약하다”, “습기에 약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은 다르다. 목재는 동일 질량 대비 철강보다 약 3배 높은 비강도를 가지며, ISO 834-1 표준 화재곡선을 적용한 실험에서도 일정 두께 이상의 공학목재는 구조적 안전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방습층과 통기층 설계를 통해 장기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함께 산림의 순환적 이용이 목조건축의 진정한 탄소중립 효과를 완성한다. “목재 사용은 숲을 파괴한다”는 인식과 달리, 탄소중립의 과학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산림은 성장 초기에 가장 활발히 탄소를 흡수하지만, 일정 연령 이후에는 광합성 효율이 감소하고 낙엽과 부패로 저장된 탄소가 다시 방출된다.

 

 

NCASI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수목의 탄소흡수율은 약 20–40년령에서 최고조에 달한 후 급격히 감소한다. 따라서 고령림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Sustainable Forest Management) 원칙에 따라 계획적으로 관리·벌목하고, 새로운 산림을 조성하여 젊은 숲이 다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탄소순환 활성화의 핵심 전략이다. 이러한 순환 체계는 “산림 → 벌목 → 건축자재화 → 신규조림 → 성장”으로 이어지며, 벌목된 목재는 건축물 속에서 장기간 탄소를 고정하고 새로 자란 숲은 이를 재흡수한다. 즉, 흡수–저장–고정의 탄소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축은 단순한 에너지 소비 산업이 아니라, 탄소 순환을 조절하는 생태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고령림을 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순환시켜 새로운 탄소흡수원을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탄소중립이며, 목조건축은 그 순환의 완성형으로 기능한다. 탄소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저장·순환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역시 목조건축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제도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고, 올해 2월 목조건축 활성화법 입법 공청회가 개최되는 등 관련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목재 활용의 확대를 추진하며, 이를 통해 기술 표준화, 품질 인증 체계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등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와 시장, 산림경영이 맞물릴 때, 목조건축은 도시의 탄소지도를 바꾸는 실행 가능한 감축 수단이 된다.

 


중고층 목조건축의 에너지 성능과 내구성 확보에 있어 외피 성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목재는 재료 특성상 수분 민감성이 높아 열손실뿐 아니라 결로·곰팡이와 같은 열습기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며, 건물 규모가 커질수록 외피를 통한 에너지 손실이 건물 전체 부하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연세대학교 건축환경재료연구실 연구팀은 중고층 목조건축에 적합한 고성능 외피 체계 구축을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투습·기밀·열교 제어를 통합한 외피 설계 기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외피의 열·습기 성능 실측 및 시뮬레이션(WUFI, EnergyPlus)을 활용하여 외피 구성(중단열 조합, 투습방수지, 레인스크린 시스템 등)의 장기 내구성과 에너지 성능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실증 가능한 외피 시스템 표준안을 도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흐름 속에서 외피 성능을 기반으로 한 ZEB(Zero Energy Building) 기반 에너지 설계 기술을 중고층 목조건축에 적용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목조건축 기준은 주로 저층 건축물 위주로 정립되어 있어 중고층 규모에 적합한 에너지 성능 평가 기준과 설계 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고단열·고기밀 외피 시스템과 열교 저감 설계, 고효율 설비 적용 전략을 통합한 에너지 효율 설계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ZEB 등급화 기준 체계화와 LCA(전과정평가) 기반 탄소 성능 평가 모델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성능과 탄소 저감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표준화된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중고층 목조건축 외피 성능 표준화와 국가 차원의 실증 설계 모델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목조건축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산업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 특히 국산 목재 활용을 위한 공급망과 지원 정책이 부족해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지원과 기술 표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목조건축은 단열 성능과 친환경 건축자재로써 장점이 있으나 경제성과 성능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 향후 연구진은 저탄소 설계 기술과 성능 평가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목조건축이 국내 탄소중립 건축을 이끄는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