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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에너지건축 – 積小成大, 작은 컨설팅이 만드는 녹색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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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8.13 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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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한국에너지공단 녹색건축센터 센터장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고갈의 문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건축 부문은 에너지 소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중대한 전환이 요구된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는 2030년 건물 부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강화 및 2050년 탄소중립 이행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신축 건물에 있어서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에 비례하여 건물 스스로 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유도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운용하고 관련 기반 강화를 통해 이를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축 건물의 탄소중립 달성 수단으로 제로에너지빌딩 보급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제로에너지빌딩의 보급확산을 위해서 2017년에 ‘제로에너지인증제도’를 신설하였고 2020년 공공건물에 대한 의무화를 시작으로 2030년과 2050년의 중장기적인 의무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공공건물과 민간건물의 연도별 확대 대상과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공공 부분이 먼저 에너지 절감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민간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제로에너지빌딩이란 패시브 성능을 최대화하여 건물이 필요한 부하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이 좋은 고효율 기기로 공급하여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만든 건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여서 필요한 에너지를 자립하는 건물을 말한다.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최소화되며, 소비된 에너지만큼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이 균형을 이루는 건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고단열·고기밀·고성능 창호·고효율 설비 등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태양광·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공급을 자립하는 구조를 갖는다.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성, 건강한 실내 환경 조성,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것이 제로에너지빌딩(ZEB)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제로에너지빌딩 최적화는 강도 높은 탄소중립 요구를 만족하기 위해 발전소에서 생산한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원천적으로, 에너지절약형으로 건물을 설계하고 신재생에너지원 등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로만 운영이 가능한 건물인 제로 에너지 빌딩을 보급 확산하면서 최소한의 공사비로 제로 에너지 빌딩이 실현이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는 방안으로 특히 건물의 여러 가지 설계 방안들을 비교 검토하여 가장 비용효율적인 수단을 통해 제로에너지빌딩이 가능해지게 할 수 있다.

 

인증제 시행 초기에 제로 에너지 빌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실현 가능한지를 검토하기 위한 시범 사업에서 주기적으로 건축주, 설계자와 건축 과정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면서 제로 에너지 빌딩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도서관과 단독주택과 같은 형태의 건물뿐 아니라 고층(20층 수준)의 공동주택(아파트)도 최소 에너지자립률(20%)을 갖춘 제로에너지빌딩(5등급) 구현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

 

또한, 다양한 건물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단지형 건물들에 대해서도 설계단계부터 주기적인 컨설팅을 통해 건물 간의 형태를 비롯한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의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이에 따른 에너지 성능과 공사비를 여러 가지 대안으로 비교 검토하는 친환경 컨설팅을 통해 예상 공사비를 40% 이상 줄이면서도 에너지자립률은 3등급 수준(60%)까지 확보가 가능한 제로 에너지 빌딩이 구현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을 때 건축설계와 더불어 친환경컨설팅이 제로에너지 빌딩을 비용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값진 경험을 한 바 있다.

 

제로 에너지 빌딩을 포함한 녹색건축물은 공공을 선도로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고 성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간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요소기술의 측면에서 민간에 적용 확산하는 방향이었다면 대규모이면서 초고층 건물이 주류를 이루는 도심에서 에너지자립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민간 제로 에너지 빌딩(ZEB)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규모 초고층 건물에서 에너지자립률 40% 이상인 ZEB(4등급) 건물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비용적 해결 방안을 중점적으로 찾아서 제시하는 친환경 컨설팅의 목표는 건물 부분에서 탄소중립 가능성이 지속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친환경 컨설팅은 단순히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로에너지빌딩(ZEB)을 구현을 위한 전략 수립, 성능 분석, 자재 선택, 비용-효율성 분석, 관련 인증 대응까지 전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의 기획 및 설계에서부터 컨설팅이 개입할 경우,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극대화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며 최적화된 설계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건축주, 설계자, 시공사, 사용자 등) 간의 조율자로서의 소임을 수행했으며, 지속 가능한 건축문화 확산에 이바지한다고 할 수 있다.

 

해외의 친환경 컨설팅에 비해 국내는 기반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독일의 경우는 패시브하우스 인증제를 통해 고단열·고기밀 기술을 보편화하였으며, 정부 차원의 기술지원과 컨설팅 보조금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일본은 ZEB 실현을 위한 민간 설계·시공사 등록제와 함께 컨설팅 비용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의 LEED, 영국의 BREEAM 인증 시스템도 친환경 컨설팅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관련 제도와 기반이 활성화를 위해 충분하지 않은데, 대표적으로 인증제도에게서도 인증기관 같은 인증을 위한 직접 평가를 수행하는 기관만이 법적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컨설팅 기관과의 연계성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탄소중립 목표 확대, 건물 분야에서의 제로 에너지 빌딩 로드맵 강화 등 정책적인 방향으로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확대되고 있으나, 친환경 컨설팅 분야는 여전히 제도적, 산업적 기반이 미흡하다. 전문 인력의 부족, 컨설팅 비용에 대한 지원 부재, 민간의 참여 유인 부족 등이 주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제로에너지빌딩(ZEB)에 대한 다양한 설계·시공 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표준화된 컨설팅 모델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제로에너지빌딩(ZEB) 실현을 위한 컨설팅을 설계·시공의 필수 요소로 보고, 건축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컨설팅 결과 보고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에너지 시뮬레이션, 열교 해석, 탄소배출 분석 등의 기술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컨설턴트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 건축물의 발주 기준에 친환경 컨설팅 항목을 반영하고, 이를 통해 민간 시장에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환경 컨설턴트 양성을 위한 학과 개설이나 전문 교육 기관 및 과정의 설립, 국가의 공식적인 컨설팅 양성화 등 관련 기반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과 윤리의식을 겸비한 전문가를 배출하고, 건축설계-구조-시공 전반의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컨설팅 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인증제도 내에서 컨설팅 기관이 등록 활동할 수 있도록 양성화하는 한편, 친환경 컨설팅을 통합형으로 반영하여 건축, 설계, 설비, 전기 등 건축 전 분야 전문가가 해당 건물에 최적화한 제로에너지건물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협업 활동을 장려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기술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AI 기반 에너지 해석,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실시간 시뮬레이션 도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컨설팅 방식도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컨설팅 품질 향상과 시간·비용 절감에 이바지하며, 제로에너지빌딩(ZEB) 실현을 가속한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기반 최적 설계는 향후 제로에너지빌딩(ZEB) 설계의 핵심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나 국내에는 이러한 기술을 적용 확산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어 우수한 통합컨설팅의 사례가 AI 기술로 축적되어 공유 확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제로에너지빌딩(ZEB) 확산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실현할 수 있는 컨설팅 제도를 정비하고 완성해야 한다. 교육인프라 확보, 컨설팅 기관 양성화 및 법제화, 제로에너지 우수사례를 통한 통합컨설팅의 우수사례 확보 및 기술 기준을 통한 확산 등을 병행하고, 통합컨설팅 활성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건축은 심미적인 특성으로 건물디자인이 가장 먼저 고려 대상이었다. 설계자의 의도대로 건축구조와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려는 순서로 건물을 구현해 왔다. 그러나,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고층의 건물을 좁은 대지 내에서 건축해 내야 하는 환경이 점점 더 많이 짐에 따라 이러한 환경에서 제로에너지빌딩(ZEB)의 필수 요소인 에너지자립률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에 대한 고려가 단순히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는 개념보다는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자립률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설계자가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에너지와 건축비용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에너지-공사비 최적화를 수행하는 친환경 컨설팅 기업들의 육성과 더불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컨설팅 전문가의 양성이 꾸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에너지-건축비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자립률 달성 방법을 여러모로 고민하는 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제로 에너지 빌딩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시점을 앞두고 있으며, 탄소중립을 통한 시대의 숙제를 해결하는 노력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건설경기가 어렵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탄소중립을 조금 더 늦추자는 움직임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제로 에너지 빌딩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를 위한 친환경 컨설팅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기술과 제도의 유기적 결합, 전문 인력의 체계적 육성,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우리는 지속할 수 있는 건축 생태계를 구축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