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 제1대 회장을 맡아왔던 EAN테크놀로지 신지웅입니다. 최근 저는 12년간의 협회장직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처음 설립했을 때만해도 이렇게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가 회장직을 맡아 이 길을 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대만큼 이루지 못한 많은 계획들로 인해 부끄러움과 큰 아쉬움이 남지만 그간에 활동했던 기억들을 되살려보며 독자 여러분들에게 지나온 협회의 발자취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는 것도 퇴임하는 시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본 고를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 협회의 결성
한국 사회에서 ‘친환경 건축’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지고 우리 협회의 선도 기업들이 사업적으로 기반을 닦아 왕성하게 성장해나가고 있던 2013년 초, 몇몇 뜻을 함께하는 업계 대표들과 모여 질문을 던졌습니다. “녹색건축 산업의 큰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 “우리 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법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협회 발기인과 초대 임원단 조직을 구성하고 협회 창립워크샵 행사와 11회에 걸친 대표자 미팅을 가졌습니다. 수많은 논의 끝에 마침내 ‘한국친환경건축컨설팅협회’라는 이름으로 업계 유일의 협의체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2014~2015 : 외연 확장과 업계 교류의 기반 마련
2014년은 협회 외부와의 첫 접촉이 본격화된 해였습니다. 3월에는 협회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이미 수십개로 늘어난 친환경건축 컨설팅 업체를 초청하여 간담회 행사를 열고 협회의 창립 취지 공유와 친환경 컨설팅 업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 교환을 하였습니다. 그 해 가을에는 부산에서 개최된 한국태양에너지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협회사들만의 특별세션을 열고 학계와 학문적 교류의 첫 장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2015년에는 업계 간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제1회 친환경컨설팅사 연합 체육대회(어울림한마당)’를 개최하였습니다. 협회사 임직원 및 유관기관 관계자 분 등 약 3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단순한 체육행사를 넘어, 업계 전체의 결속과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9월에는 ‘친환경건축컨설팅 업계의 지속적인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한 차례 더 열어 향후 협력의 방향성과 공동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였습니다.

2016~2018 : 공공행사 참여와 기술력 입증
2016년부터는 서울시건축문화제 등 공공 성격의 대외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고 , 친환경건축 심포지엄을 주최하였습니다. KOSACA 친선 골프모임, 제2회 어울림한마당 체육대회 등을 통해 회원 간 교류의 폭도 확장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그린빌딩 2017 코리아 국제컨퍼런스 및 박람회’에 공식 부스 참여하였고, 같은 해 녹색건축한마당에서 본 협회 회원사인 이에이엔테크놀로지가 적극적인 친환경 계획과 다양한 그린기술을 적용한 자사 사옥 리모델링으로 국토교통부 ‘그린리모델링 우수사례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2018년에도 친환경계획그룹청연이 서울 사옥을 제로에너지건축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녹색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협회사들은 실질적인 친환경계획 기술력과 실천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2019~2021 : 제도적 기반 구축과 사단법인화 완성
2019년 4월 23일, 협회명을 수정하여 창립총회와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였고, 같은 해 한국건축환경설비학회와의 MOU 체결을 통해 산학 간 기술교류의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2020년에는 임시총회를 통해 내부 제도를 정비하고, 법인화를 위한 실무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2021년, 오랜 준비 끝에 협회는 마침내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정식 인가를 받았습니다(4월 23일 인가, 5월 6일 등기완료). 이를 기념하여 11월 29일에는 첫 공식 기술세미나인 ‘탄소중립과 ESG 시대의 녹색건축기술 대응방안’을 개최하였고, 온·오프라인으로 150여 명이 참여하며 업계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2~2023 : 기술연구와 국제 네트워킹
이 시기부터 협회는 단순한 정보교류 단체를 넘어, 전문 기술과 실무역량을 바탕으로 한 연구와 정책 대응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3월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최된 '2022 탄소중립 건축 컨퍼런스'는 우리 협회와 ㈜메쎄이상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Net Zero Energy Building'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컨퍼런스는 코리아빌드(KOREA BUILD) 전시회의 세부 행사로서, 약 250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였고 탄소중립 건축의 실현을 위한 기술과 정책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컨퍼런스를 통해 업계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건축의 중요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향후 정책 개발 및 기술 혁신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녹색건축인증건축물의 파급효과 분석’이라는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녹색건축기술 실무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우리 협회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본격적으로 정책 연구에 반영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참여는 녹색건축 인증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신버전의 개발에 작은 도움이 되었고, 우리 협회가 업계와 정책 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한 하나의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22년 10월에는 주한독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독-일 에너지 효율성 웨비나'에 참여하여 한국의 녹색건축 기술과 정책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의 활동 현황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였습니다. 이 웨비나는 한-독-일 에너지파트너십의 일환으로 개최되었으며, 3국의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2023년 6월에는 제5회 한국실내공기포럼, 12월에는 제21회 건강주택포럼을 공동주관으로 개최하고, 실내공기질과 스마트 기술 융합을 주제로 한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실적이력관리팀을 구성하여 협회의 중장기적 목적 사업인 업무실적 및 개인경력 증빙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추를 채웠습니다.
2024~2025 : 정책 대응과 탄소중립건축인증기관 지정
2024년에는 서울시 에너지신고등급제 실무자 간담회, 기후테크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자문, 녹색건축기술세미나 개최, 환경부 실내환경관리센터 지정 협약을 위한 MOU 등 다양한 정책 대응과 정보 교류 활동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녹색건축인증제도 개정안을 실무진 중심으로 사전검토하고 운영기관에 의견을 제출한 것은 업계와 제도 간의 교량 역할을 수행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KGBC가 주관하는 그린빌딩어워드에서 비주거 건축물부문은 협회사인 친환경계획그룹 청연, 주거 건축물부문은 이에이에이엔테크놀로지가 나란히 수상하였습니다.
2025년 1월 20일, 우리 협회는 탄소중립건축인증협의회로부터 '탄소중립건축인증(Zero Carbon Building Certification, ZCB)'의 신규 인증기관으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인증제도의 발전과 기술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함으로써, 탄소중립건축 인증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탄소중립건축 인증 심사, 제도개선 및 활성화 방안 마련, 인증운영위원회 참여 및 기술협력, 전문인력 양성, 저탄소 기술 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건축 환경을 조성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자발적인 인증제도이지만 향후 수요 확산을 예상해볼 수 있으며 다수의 프로젝트 적용을 통해 협회의 목적사업 확대와 재정적인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맺음말
지난 12년간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이사회 운영진과 모든 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고문’이라는 새로운 위치에서 한 걸음 물러서지만, 협회와 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사명감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협회가 대한민국 지속가능 건축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진심을 다해 응원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우리 협회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갈 김학건 신임 회장님, 원종연·안형준 부회장님을 비롯한 새 운영진의 힘찬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회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의 더욱 큰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