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저탄소 자재 및 순환 기술로 ‘수주 경쟁력’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대표 먹거리인 분양 시장은 고급화와 브랜드 경쟁을 앞세워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지만 물량 한계에 봉착했고, 여기에 전 세계가 탈탄소·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재 탄소를 줄이는 등 차별화만이 수주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재 탄소(embodied carbon)는 제품·자재·건축물 등이 생산, 운송, 시공(또는 사용)과 폐기 단계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는 운영 단계 배출 감축이 진행될수록 상대적으로 내재 탄소의 비중과 중요성이 커져, 자재·구조 최적화 등을 통한 감축이 건설업계의 핵심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 이상이 건축물의 시공과 운영, 원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다.
9일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건설건축연맹(GlobalABC)이 매년 공동으로 발간하는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CO₂) 배출량 중 약 34~37%가 건축·건설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냉난방과 조명 등 건물을 유지·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영 탄소(Operational Carbon)'가 약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축물을 짓기 위해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를 채굴·생산하고 운반·시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내재 탄소(Embodied Carbon)'가 약 7~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시장이 ‘탄소 중립’으로 재편되면서, '내재 탄소'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규제는 갈수록 엄격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대형 건설사들은 에너지 절감을 넘어, 원자재까지 탄소 중립을 위한 고유의 친환경 원천 기술을 축적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은 삼표산업과 공동 개발한 ‘조강형 콘크리트 적용 공정 기술’로 정부의 국가 녹색기술인증을 받았다. 이 기술은 콘크리트에 나노 크기의 미세 입자를 균일하게 섞는 공법이다. 일평균 기온이 5도만 되어도 별도의 열 공급 없이 하루 만에 단단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겨울철 현장에서는 갈탄을 피우거나 고성능 히터를 켜 콘크리트가 얼어 발생하는 붕괴사고를 막아왔다. 그렇다보니 화석연료 비용과 탄소 배출에 불리한 점이 많았다. 현대건설의 이번 기술은 환경부 평가 결과, 일반 시공 대비 탄소 배출량은 55% 이상, 유해 물질은 54%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공식 인정받았다.
대우건설은 한라시멘트, 한양대학교 탄소중립스마트건축센터와 손잡고 개발한 ‘탄소저감 조강형 콘크리트(DECOCON)’로 기술적 기반을 다졌다. 이 기술은 지난 2022년 처음 개발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제품의 전 생애주기 환경 영향을 공식 검증받아 국내 건설사 최초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환경성적표지(EPD)’ 인증 심의를 통과했다.
이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일반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조강형 슬래그 시멘트'와 '고로슬래그 미분말'을 대거 대체 적용해 기존 콘크리트 대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최대 54%까지 줄였다. 온도나 계절에 상관없이 아파트 등 일반 건축물 현장에서 직접 타설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향후 저탄소 제품 인증과 탄소감축 방법론 인증까지 순차적으로 취득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더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DL이앤씨는 산업계의 ‘녹색구매 자발적 협약’에 발맞춰 지난 2012년 ‘녹색구매 관리지침’을 제정했다. 이는 전사적으로 친환경 자재 구매를 의무화해 본사를 비롯해 각 현장에서 사용되는 자재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 및 친환경 실적을 체계적으로 집계·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발된 친환경 저탄소 콘크리트는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고 고로슬래그 미분말·플라이애시를 다량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과 환경부하를 낮추는 기술로, 일반 콘크리트 수준의 초기 강도와 내구성 확보를 목표로 개발됐다. 이 기술을 적용한 현장은 인천공항 H2 현장으로, 염해에 대한 저항성이 우수하고, 시멘트 사용량 및 단위 수량이 적어 균열에 대한 저항성이 뛰어나 해당 현장에 적용됐다.
GS건설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이하 PC) 자회사인 GPC는 자체 개발한 ▲PC기둥 1종 ▲PC거더 1종 등 제품 2종이 PC 업계 최초로 저탄소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GPC는 국제적인 탄소배출량 규제와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친환경 제품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캐나다 카본큐어(CabonCure)社로부터 ‘광물탄산화 탄소저감 콘크리트 제조기술’을 도입해 2023년부터 제품 양산에 적용, 탄소배출 저감을 실행하며, GS건설의 지속가능경영 및 ESG경영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친환경 기술에 집착하는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탄소 다배출 건설사에 대한 투자금 회수 압박과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기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ZEB는 건물을 지으려면, 탄소저감·유해물질 차단·자원 순환을 동시에 만족하는 ‘다인증 제품’을 써야만 용적률 완화(최대 15%)나 세제 감면 같은 혜택을 챙길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에 있어 친환경 기술을 증명하는 '녹색인증'은 당장 대형 정비사업 수주와 공공 수주를 위해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총알이 됐다”라며 “건설업계가 반드시 챙겨야 할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 ER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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