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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과 태양광발전 적용 현실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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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6.05.13 09:36:35
  • 조회수 395

윤종호 ㈜친환경계획그룹 청연 부사장

서론


기후위기의 시대 속에서 건축분야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절감형 건축물의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목표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계적 의무화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민간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을 선제적으로 적용받으며 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최근 발주되는 공동주택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의무인 제로에너지 5등급을 넘어서 제로에너지 4등급까지 요구되어지고 있고 3등급으로의 가능성을 실험하기도 한다. 이는 친환경 건축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나 실제 설계 및 시공 현장에서는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층·고밀화된 도시형 공동주택의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 태양광설치 한계와 설계부담 증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취득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필수적이며, 그 중심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있다. 지열, 수열, 연료전지와 같은 대체 신재생에너지도 있지만 아직 고층·고밀 공동주택에 적용하기에는 실험적인 단계이거나 1차에너지소요량이나 에너지자립률 변화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태양광 설비는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등급확보에 가장 효과적인 열원이지만 고층·고밀 공동주택에서는 구조적으로 태양광 설치 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세대 수가 증가할수록 요구되는 에너지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실제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지붕 면적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제로에너지 4등급부터는 부족한 발전량을 보완하기 위해 건물 입면에 BIPV를 과도하게 적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운영과 유지관리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에너지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보다는 인증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서 검토되고, 공사비에 의해 절대적으로 선택되어 진다는 점이다. 특히 고층형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입면 디자인에 제약을 주는 등 설계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눈부심 발생에 따른 불쾌적성 증대 등 건축물의 본질적 가치인 주거 쾌적성이나 도시 경관과 충돌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결국 친환경 정책이 오히려 건축 품질을 저하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구조적 안정성 검토 및 시공 정밀도 확보는 신재생에너지 적용에 또 다른 과제로 지속적으로 남아 있다.

 


2. 과잉 생산 전력과 운영상의 비효율


현재의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신재생에너지는 기본적으로 공용공간에 적용되고 있으며, 개별 세대에서 직접 활용하기 어렵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등급이 높아질수록 공용부분에 즉시 사용되는 전기의 초과 전력은 더욱 늘어나게 되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활용이 일반화되거나, 아니면 실제 세대내에 전력계통을 연결하는 방법이 모색하지 않는 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등급과는 무색하게 비효율적 에너지 분배라는 문제점을 노출할 것이다. 태양광 생산전력의 공용시설 사용에 있어서도 입주민의 일부에게만 관리비 절감 효과가 집중되어 전력 사용 및 비용 분담과 관련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더불어 현행 전력 거래 제도에서는 잉여 전력의 외부 판매 또한 제한적이어서, 아쉽게도 생산된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순환되지 못하고 있다.

 


3. 유지관리 부담 증가


입면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크다. 고층 외벽에 설치된 설비는 접근성이 떨어져 점검과 보수가 쉽지 않으며, 오염이나 손상에 따른 성능 저하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지관리 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초기 설계 단계에서 기대했던 에너지 효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생애주기 비용(LCC) 관점에서 비효율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초기 투자비는 크게 증가하는 반면, 실제 절감되는 전기요금은 제한적이며, 잉여 전력을 활용하지 못할 경우 투자 대비 효과는 더욱 낮아진다.

 

 


4. 결론 및 제언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정책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방향이지만, 현재의 등급 의무화라는 기준 적용 방식은 현실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고층·고밀 공동주택의 특성을 고려한 신재생에너지 적용방안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몇몇을 고민해본다면

첫째, 고층형 공동주택에서 단지 내의 무리한 설치보다는 외부 기여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옵션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설치 기준을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의 신재생에너지 설치비율’까지는 기본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그 이상으로 요구되는 신재생에너지 용량에 대해서는 실제 효율이 좋은 외부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해외의 LEED 인증에서 활용되는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와 유사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 생산 의무를 금액 또는 용량 기준으로 환산하여 정부나 지자체에 기여하도록 하는 이 방식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발전 효율이 높은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에너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태양광 전력 생산과 사용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한 연구와 보급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 실제 태양광 전력 생산은 낮시간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공동주택에서 전력 사용시간은 오전과 저녁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ESS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 도입이 필요하며 다만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ESS의 문제점인 경제성과 안정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재생에너지원 적용의 다양화를 위해 지열, 수열, 공기열히트펌프, 연료전지 등의 적용방안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보조금, 가중치 점수 등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종합해볼 때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로에너지 등급의 달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탄소 저감과 에너지 효율 향상’이며, 정책의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